부산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밀양은 3대 신비로 유명합니다.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 땀 흘리는 비석이라 전해지는 밀양표충비, 그리고 계곡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바위에서 종소리가 난다는 만어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떻게 바위에서 종소리가?! 만어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지금 당장 밀양으로 함께 떠나 볼까요? 고속도로를 벗어나 밀양시 삼랑진읍을 지나자 가을걷이를 끝내고 한적해진 시골마을이 자취를 드러냅니다. 시골풍경에 넋을 잃기도 전에‘ 만어사’ 푯말을 따라 오솔길로 접어듭니다.

가을 캔버스에 잘 어울리는 알록달록한 오솔길이 운치를 더합니다. 굽이굽이 용의 허리를 베어낸 듯한 좁고 험한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거무스름한 바위 떼들이 벌써부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가파른 언덕을 돌아올라 다다른 그곳에서 흑룡과 물고기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만어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주차를 하고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면 만어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아담하고 고요한 만어사는 여느 산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기이한 현상을 간직한 곳입니다. 절을 등지고 산 아래를 향해 바라본 풍경은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 아닌 신비 그 자체입니다.

말 그대로 물이 아닌 돌이 흘러 계곡이 된 형세입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돌들의 고개가 하나같이 만어산 정상을 향해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오랜 옛날 사악한 독룡과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다섯 나찰녀가 서로 사귀면서 온갖 행패를 일삼았는데 이를 보다 못한 가락국 수로왕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여 이들을 항복시키고 그 은덕에 감사하는 뜻으로 만어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또『 동국여지승람』과『 택리지』에서는 먼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길을 떠났는데 그 때 수많은 고기 떼가 그의 뒤를 따랐고 왕자가 잠시 쉬기 위해 머무른 만어사에서 왕자는 미륵돌로 변하였고 그를 따르던 수많은 물고기 떼 역시 돌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러한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너덜지대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엉켜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떼처럼 펄떡이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기 또 하나의 경이로운 사실은 바위를 하나하나 두들겨 보면 저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 세월의 흔적이 무색할 만큼 첩첩이 쌓여 있지만 돌은 각자 자기만의 소리를 품고 있습니다. 그 많은 돌들 사이로 맑고 청아한 종소리가 흐르는가 하면 쇳소리, 옥소리 등 다양합니다. 여기저기 종소리 나는 바위를 찾기 위해 바위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보는 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돌이라고 다 같은 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부지런히 두들기다 보면 언젠가는 맑고 고운 소리를 찾을 수 있으니 인내심을 갖고 두들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 만어사의 고즈넉한 기운을 담은 종소리가“ 땡~땡~” 울려 퍼지는 그 순간, 자연의 신비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사진 : 만어사 대웅전 전경

어슴푸레 동이 틀 무렵 천지를 뒤덮은 만어사 운해의 장관은 빼놓지 말고 필히 보아야 할 포인트 중 하나! 또한 미륵전에는 영험이 깃든 미륵바위가 있어 소원을 빌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 하여 임산부들에게 인기만점입니다. 이상 돌아서는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 만어사, 눈길 가는 곳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만어사 여행이었습니다.

용의 전설과 신비함으로 가득한 만어사의 비밀이 이제 좀 풀리셨나요?‘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어봐야만 이 기이한 현상들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 2012년, 영험함이 깃든 만어사에서 흑룡의 정기와 함께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바위를 하나하나 두들겨 보면 저마다 다른 소리가 난다는 것. 세월의 흔적이 무색할 만큼 첩첩이 쌓여 있지만 돌은 각자 자기만의 소리를 품고 있습니다. 그 많은 돌들 사이로 맑고 청아한 종소리가 흐르는가 하면 쇳소리, 옥소리 등 다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