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마을, 좋아하시나요?

얼마 전 안동의 하회마을과 경주의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전통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이지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잘 살펴보면 그에 못지않은 멋진 전통마을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 중에 서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마을, 전남 함평에 있는 '모평마을'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곳은 지난 봄, 함평 나비축제에 갔다가 묵었던 마을인데요, 별 기대 없이 찾았던 이곳의 매력에 그만 흠뻑 빠지고 말았답니다.

‘모평’이란 지명을 이해하려면 함평은 우리나라의 최우수 축제로 자리 잡은 '함평 나비축제'로 유명한 고장이죠? 

전라남도 서부에 위치한‘ 함평’이란 지명은 '함풍'현과 '모평'현 2현을 합친 이름이랍니다. 즉, 모평마을은 함평을 이룬 2개의 현 중 하나인 셈이지요.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는‘ 상곡리 상모마을’이라 불렸던‘ 모평마을’은 함평군의 근간이 되는 마을로 권역 내에는 27종에 이르는 역사 문화 자원이 산재해 있으며, 옛 동헌이 있었던 동헌터, 객사터, 내아터 등은 현재 파평윤씨 후손들이 기거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모평마을 주변에는 고인돌이 많아 지역의 역사가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마을은 함평 모씨(牟氏)가 마을을 이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후 1460년경 윤길(尹1368년생)이 세조2년(1457)에 세조의 미움을 받아 90세의 나이에 제주도로 귀양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상곡리의 산수(山水)에 흠뻑 빠져 정착하게 되었고, 파평 윤씨가 이곳에 함평 모씨의 뒤를 이어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 어디를 가나 보이는 돌담이 참 정겹구요. 그런데, 이렇게 자연스런 돌담이, 실은 2005년 정부로부터 농촌마을 종합 개발 사업 선정을 받은 후 재정적 지원을 받고 전문가를 초빙하여 일일이 복원한 것이라고 하니 너무 신기하죠?

'귀령제'는 대사헌까지 지냈던 윤자화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벼슬길을 버리고 낙향하여 3년상을 지낸 곳이라고 합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귀령제와 안채가 있고요.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기까지 한 귀령제. 

모평마을에 있는 정자.

전통마을을 돌다 보면 우물이 있는 빨래터에 자꾸만 눈이 간답니다. 이곳은 아낙네들의 아지트이면서 동네 모든 소식의 근원지이기 때문이죠. 때론 뉘댁 시어머니, 며느리가 어떻더라는 얘기부터 절기에 맞는 정보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겠죠? 이곳 안샘은 '천년 안샘'이라고 부르는데,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곳으로 우물 뒤의 왕대나무숲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물맛에 배어 있습니다. 이곳의 물을 마시면 10년은 젊어진다는 전설(?)이 있으니 꼭 물을 먹어보세요!

또한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왕대나무숲이 참 인상적이랍니다.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을 뒷산 대숲을 산책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 마을에는 2010년 현재 총 13가구가 한옥체험형 민박을 실시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전혀 상업적인 냄새가 나지 않고, 자연과 동화되고 마을의 일부분으로서 우리 외갓집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답니다. 그건 아마도 이곳 민박 대부분이 주인장이 직접 사는 살림집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라남도 함평이라고 하면 그저 '함평 나비축제'만 휘~둘러보고 가기 십상이고, 조금 안다 싶은 사람들은 '함평 자연 생태공원'까지 둘러보는 정도가 다지만, 전라도에서도 서쪽에 꼭꼭 숨은 듯한 이곳 함평에 있는 마을을 새롭게 전통마을로 살려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마을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사람과 마을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 했답니다. 모평마을에 도착했을 때, 매력적인 외모와 범상치 않은 옷차림,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설명해 주는 여자분이 있었는데, 바로 모평마을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명숙 씨(42)랍니다. 그녀의 삶 자체가 모평마을의 볼거리로는 귀령제, 김오열 가옥, 천년 안샘, 임천산 산책로, 송산제 정화 연못 등이 있습니다.

모평마을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으니, 바로 임천산 산책로. 정말 산책로라고 부를 만하답니다. 이른 새벽, 남편과 둘이서 이곳을 걸었죠. 모처럼 남편이 어깨동무를 하며 "숙아~오랜만이다. 그쟈?" 이러더군요. (콧소리를 섞어가며...) "그래, 자갸~난 바로 이런 여행을 원했어. 우리 자주 같이 산책하자." 임천산 산책로는 운곡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는 임천산의 2.6Km의 산책로를 말합니다. 

[영양재-오죽군락지-야생죽로차밭-편백나무, 왕대나무숲-조릿대숲-마을 뒷 편 정자]의 코스로 돌면 된답니다. 산책로 초입은 45도의 가파른 경사길이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마을을 굽어보는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편백나무, 왕대나무숲을 지나고~ 야생 녹차밭에서 어린 녹차잎을 구경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산책을 하고 나면 마을로 다시 길이 이어지죠.

마을 어귀에 있는 열녀문. 열녀문만 있는 게 아니라, 충비, 충노 비석도 있답니다. 양반의 품위를 중시하는 만큼 노비의 노력도 인정해 주던 마을이었던 것 같아 흐뭇했어요.

체험문의 전화 : 010-4704-0977 모평마을은 '좀더 특별한 체험마을'을 지향합니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그런 체험마을말고, 모평만의 삶과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체험 활동은 오디따기, 누에체험, 딸기따기, 잼 만들기, 과거시험 보기, 녹차떡 케이크 만들기, 장담그기 체험 등이 있는데, 상시 가능한 체험활동으로는 과거시험 보기와 녹차떡 케이

크 만들기가 있습니다.

모평마을에 가면 각 민박집에서 밥을 해먹을 수도 있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다목적 복지센터에서 밥을 사먹을 수도 있답니다. 다목적 복지센터는 세미나장소로 사용되기도 하고 단체 손님이 많이 올 경우 숙박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는 곳인데, 보통은 여기서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는 한끼는 1인당 6천원. 단체 손님에 한해 예약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요.